일상/Review2021. 9. 23. 22:57

"터너 증후군 의심 소견입니다"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나와 아내는 급히 병원에 도착해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나 들어봤을법한 얘기를 들었다.
셋째 임신인 아내 나이도 걱정 스러운데, 기형아 검사인 니프트 검사에 따른 결과는 뜻대로 좋은 결과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이럴 거면 쿼드 검사를 할걸 그랬나 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결국 나이가 있어 더 세부적인 검사가 좋다는 권고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거라 생각이 들었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융모막 검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고, 빨리 예약을 하라고 말씀을 해주고 싶어서 병원에서 급하게 연락을 준거라 설명을 해주셨다. 다만, 융모막 검사는 여기서 불가하니 잘하는 곳에 가서 하라고 권유해주셨고, 몇몇 병원을 설명해 주셨다. 우리는 병원을 나와 차 안에서 전화를 걸어 바로 갈 수있는 곳을 연락해보았고 도곡동에 위치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지금 회사가 중요한가 빨리 검사받는게 중요하지"

검사 시간 예약에 머뭇거리던 순간 원장님께서도 뭐라 하시며 산모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며 말씀해주셨고, 바로 예약을  잡게 되었다. 검사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결과만 괜찮다면야 크게 대수롭지 않은 사항이었다. 다만, 검사날짜까지의 기간동안의 나와 아내는 온라인 상의 넘쳐나는 정보들로 끊임없이 스트레스릉 생산하고 있었다. 많은 터너증후군의 사례와 예시들은 주말내내 우리를 괴롭혔고, 길지 않은 예약날짜 까지의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있었다. 사회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현상들이 매우 많았던 걸 깨달은 날이었고  병원에서의 아이의 건강한 초음파 영상만이 우리를 위로해주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검사 당일 위험할수도 있다는 내용에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잘 눌렀던 인터넷 상의 동의 버튼이었던 것 같은데, 멈칫 거리는 나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발생할수 있는 현상 그리고 진단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 후에야 나는 동의를 하였고, 아내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며 원장님의 손기술에 감탄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겪은 정신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을 이겼을 가능성도 무시할수 없으리라.

"비정상으로 의심됩니다"

검사 후 몇일 지나지 않아 최종결과 나오기 전 1차 결과를 유선으로 접하게 되었고, 기대한 것과는 매우 다른 얘기를 듣게 되었다. 검사가 모두 샘플링해서 나오는 거라 정확한 검사를 하게되면 정상으로 나올 거라는 내 생각은 아주 처참히 사라졌고, 스트레스 또한 나날히 높아져만 갔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스러웠던 건 검사 이후 이상 있을 지도 모르니 초음파 검사를 해보라는 권유에 집앞 산부인과에서는 매우 꼼꼼히 봐주시고 위로를 해주셨다.

"양수 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판단 할수 있을 것 같아요"

1차 검사 이후 2주 정도 지났을까 2차 결과는 1차를 매우 뒤집는 내용으로 우리를 매우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터너증후군 보다는 모자이즘으로 보이며 이것 또한 유전자가 매우 적은 분포로 거의 정상에 가까워 보이나 최종 판단은 양수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그간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 주는 빗물과도 같았다.

어찌되었든 검사 결과를 받은 직후 부터 약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은 했지만 그 시간 동안의 검사와 결과의 기다림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인터넷 검색 등으로 남들보다 혼란스럽게 그 기간을 지냈던 것 같다. 제목에서도 적었듯이 양수 검사 결과도 정상으로 받아 나와 아내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활하고 있고, 아이들은 동생이 생겼다며 동네에 소문을 내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많은 기간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블로그에 이 기록을 남기는 것은 누군가에게 꼭 도움이 될거라는 확신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기간 동안 찾은 인터넷 검색 결과는 죄다 안 좋은 글 뿐이었고, 좋은 글은 거의 찾아 볼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쓴 이 글이 누군가에게 그리고 산모들에게 큰 힘이 되면 좋겠다.

"정상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Posted by 리얼한놈